2013/09/10 20:12

스을쩍 네이버 블로그로 갈아탔습니다. Daily Howl

얼음집을 방치하고 카스에 빠져 지냈는데,
어찌어찌 한국을 떠나 베를린에 임시 터를 잡은 후,
또 어찌어찌된 이유에서 제 핸드폰으로 인터넷이 안되서 카스를 자주 못 하게 되자,
블로그를 다시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는데,
그만 얼음집을 버리고 네이버로 스을쩍 갈아탔습니다.

blog.naver.com/wayisee

포스팅도 뜸하고 극소수만 오시는 블로그였지만 나름 오래 해서 정이 많이 붙었는데,
연극 얘기니 여행 얘기니, 게다가 미루 낳고 얘기들이 너무 중구난방이어서,
뭔가 새롭게 출발하는 것도 괜찮을 거라 생각했어요.
네이버엔 육아일기 및 타지생활, 또 현재 신랑과 작당하고 있는 새로운 프로젝트와 동화책 얘기들로 채워질 것 같네요.

그래도 여긴 계속 열어둘게요.
가끔 놀러오세요~~ 

2013/05/20 15:34

* 몇 개의 단상 12: 미루 지구 도착 136일째 Miru

* 몇 개의 단상 12: 미루 지구 도착 136일째

1. 131일째 되던 날, 드디어 이유식을 시작하다! 매뉴는 당근 쌀미음. 눈이 뚱그래져서 '이건 뭐야??!!'라는 듯한 첫 숟갈의 표정이 압권. 무진장 웃겨서 한참을 웃었다. 처음 몇 숟가락은 죄다 밷었는데 곧 익숙해지더니 이내 숟가락을 쪽쪽 빨며 입맛을 다셨다. 옛 어른 말씀에 논에 물 들어가는 거랑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게 제일 보기 좋은 거라 하시더니, 틀린 말이 아니다. 기다려라, 미루야! 앞으로 새로운 '맛'의 세계가 차례차례 열릴지이니~!  (그런데... 조금씩 먹이다보니 먹이는데만 30분 넘게 걸리더라... ㅠㅠ...팔 아파 죽는 줄 아라쓰... 흑흑~~)

2. 미루를 안고 멍때리는 시간이 점점 많아진다. 임신 때 상상했던 장면들, 즉 책도 많이 읽어주고, 음악도 많이 들려주고, 앞에서 재롱도 피는 그런 훈훈한 장면들을 실천하고자 노력했지만 그건 개밥이나 줘버린지 오래된 상태. 지금은 그저 재우기 위해 위 아래로 꿍짜꿍짜 흔들며 궁극의 멍을 사정없이 때린다. 슬슬 미루가 일상이 되어가는 것인가? 순간 순간 모든 게 신기하고 소중하다가도 어느 순간 그걸 다 잊어버리는 듯 하다. 결국... 나도 사람이었다.

3. 미루는 정말 방실방실 잘 웃는다. 아직 낮을 가릴 때가 아니어서인지 그 누구를 봐도 평등하게 미소를 날려주는 박애주의자다. 씨익~ 웃는 깍쟁이 미소부터 까르르 넘어가는 박장대소까지. 특히 아빠가 펼치는 육갑 생쑈를 좋아하는데 완전 흥분해서 6 옥타브에 달하는 비명을 지른다. 키메라가 따로 없다.

4. 요즘따라 밤에 울면서 깬다. 토닥토닥해주면 바로 다시 잠들어서 그닥 힘들진 않은데 왜 그런지 궁금하다. 책을 보니 낮잠을 너무 오래 자거나 낮에 행동량이 많으면 그렇다는데, 미루의 경우엔 꼭 그렇지만도 않은 듯 하다. 역시 시간이 해결해주려나? 육아에 있어서 시간은 만병통치약인 듯.   

5. 15명의 조리원 동기 엄마들과 떠는 카톡 수다와 카스 보기가 참 재밌다. 사실 내가 카톡과 카스를 시작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바로 이들. 미루와 같이 신생아실에서 눈도 안 뜬채 응애응애 울어대던 아기들이 함께 커가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고, 거기에 예쁘다고 덧글 달며 엄마의 마음을 나누는 것도 훈훈, 또 이들과 나누는 육아 정보도 큰 도움이 된다. 모두 멀지 않은 거리에 살고 있으니 마음만 먹으면 유모차/아기띠 부대를 만드는 건 시간 문제. 이들 중엔 같은 날 뒤집어서 생긴 뒤집기 동기도 있다! 수지미래 엄마들~ 보고 있나!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우리 앞으로 계속 이 인연을 이어나갑시데이~ 청도로 뜨든 (라희엄마 정말 가는 거야?) 스페인으로 뜨든, 나에게도 미루에게도 이런 15명의 친구들이 있으니 어찌 든든하지 아니한가.

6. 기저귀를 가는 데 옆에 오셔서 '네가 싸놓고 와 우노, 잉?'하시며 미루 옆구리를 꾹꾹 찌르시는 울 아버지 당신의 얼굴엔 장난기가 가득. 정말이지 내가 태어나서 부모님께 제대로 한 효도라곤 미루를 안겨드린 것 밖에 없다. 딸바보만 있는 게 아니다. 외손녀 바보도 계신다.                                                                                      

7. 네덜란드 말로 '까꿍'이 '끼까부'랜다. '끼까부'는 요즘 미루가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오늘은 여기까지.

미루가 모델 데뷔를 했다. 나도 못 벌고 있는 돈을 미루가 벌다니. 갑자기 '앵벌이'가 되는 것 같아 기분이 착잡하면서도 멋지게 나온 사진을 보니 어머나~! 하며 생각없이 히죽거린다. 무엇보다 내가 할 거라고는 전엔 상상도 못했던 일을 했다는 게 기분이 묘하다. 아기 엄마가 되고난 후 가장 자주, 또 절실히 느끼는 한자성어가 바로 '역지사지'. 뭐든 함부로 판단할 것이 못 된다. 이 묘한 기분, 꽤 오래갈 듯... 그러나 내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미루는 그저 카메라를 사랑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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